IMF, 정리해고, 감원, 부도……. 이런 말을 들으면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홧병 클리닉을 찾는 환자가 최근 들어 더더욱 늘어났고 서울 OO병원 정신과의 경우도 경기불황 탓에 이 병원 전체 환자수는 감소했지만 스트레스, 홧병 환자는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 불황 등의 사회현상에 대한 불안심리가 홧병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홧병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가족간의 갈등, 억울한 감정, 사회적인 불안감 등 과중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제때 발산하지 못하고 억누를 때 생기게 됩니다.

한의학에선 이 홧병을 심화(心火)라고 하는데 이 심화는 분노나 놀람, 많은 걱정거리가 쌓여 우리 몸의 기(氣)를 막고 이로 인해 가슴에 열(熱)이 뭉친 병입니다.

이 열은 곧 정상적인 수분의 흐름에 영향을 주어 탁한 기운인 담음(痰飮)을 만들기도 하고 혈액의 운반이나 소화활동을 더디게 하며 정상적인 감정조절을 어렵게 하는 등 전신증상을 유발합니다.

한의학에선 억눌린 감정이나 놀람, 분노가 쌓인 실(實)증과 신경쇠약, 정서불안 등의 허(虛)증으로 나누어 치료한다. 실증의 경우 쌓인 감정을 풀고 뭉친 열을 흩어 기가 잘돌게 하고 허증의 경우 신경을 튼튼하게 하여 마음의 안정을 주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런 치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의 정신적인 안정으로 건강한 정서를 되찾는 것입니다. 고전에도 심화는 환자의 정신상태에 좌우되기 쉽다고 하였습니다.

■ 홧병의 증상과 발병단계

신체적 증상으로는 두통과 어지러움을 느끼고 얼굴에 열기가 느껴지며 가슴이 뛰고 답답하며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또 목이나 가슴에 덩어리가 느껴지기도 하고 소화장애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신적 증상으로는 우울, 불안, 신경질, 짜증 등이 자주 나타나고 깜짝깜짝 자주 놀라며 쉽게 화를 폭발하기도 합니다. 그밖에 '사는 재미가 없고 의욕이 없다', '허무하다, '죽고싶다' 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홧병의 발생 빈도는 중년 이후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학력과 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많이 발생합니다. 홧병이 일반적 스트레스성 질병과 다른 점은 발병원인이 분명하며 발병기간이 10여년에 걸친 만성적인 병이라는 점입니다.

홧병은 다음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1) 충격기 - 이것은 화가 나는 충격을 받아 갑자기 변하는 급성기를 말하는데 상대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심 등이 격하게 일어나 살의까지 품게되는 극한 상황이 연출된다.

2) 갈등기 - 분노를 품은 사람이 충격기를 지나 이성을 회복하기 시작하면 고민에 빠진다. 만일 남편이 외도를 했다면 이혼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한다. 체면을 중시하고 사회윤리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고민의 정도가 더욱 심하다.

3) 체념기 - 이 시기가 되면 사람들은 근본적인 치료방법보다는 자신의 불행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된다. 운명이고 팔자소관일 뿐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용서하는 관용은 볼 수 없고 그저 상대방과 감정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이며 우울증이 많이 나타난다.

4) 증상기 - 그동안 쌓여왔던 것이 한꺼번에 폭발해 우울증, 가슴앓이, 만성 스트레스 등 신체적인 병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홧병은 몇 가지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홧병의 패턴은 차츰 바뀌어 예전에는 시부모와 남편과의 갈등으로 인해 홧병에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자녀문제, 그리고 경기불황으로 홧병에 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 홧병 예방

홧병예방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모든 것이 불안하고 암울한 심정에 빠지기 쉬운데 이럴 때일수록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화를 참았다고 해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화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화를 억눌렀을 경우 그 화는 결국 자신과 남들에게 파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화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내어 화를 직접적이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표현해서 홧병을 예방하고 우리자신과 상대방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 홧병의 치료

홧병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전에는 치유방법이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의 이해와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는 사실상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주부의 건강에는 가족들이 의외로 무관심하기 때문입니다.

홧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치료법이 동원되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이해와 도움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부분은 한달가량 치료하면 많이 좋아지지만 심한 경우에는 3개월 이상 장기간 치료를 받아도 쉽게 낮지 않습니다. 그리고 치료기간 동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있으면 치료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우선 심신의 안정에 역점을 두어 화를 내리는 약과 기의 울체를 풀어주는 약물요법이 응용되고 침뜸요법과 부항요법으로 경락의 기운을 조절하여 화기를 내리고 심신의 이완을 돕게끔 합니다. 또한 동양 정신요법인 단전호흡과 기공법의 지도는 심신이완과 정신안정을 목적으로 환자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스스로가 노력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효한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출처

대한한의사협회